'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 제목 정말 잘 지었다. 모든 영화들이 그러하듯 영화의 스토리를 함축해서 나타내는 것이 '제목'이다. 하지만 이 영화처럼 와닿는 제목은 처음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영화 속 '그'는 진짜 '전설이다' 전설 그 자체인 그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
'콘스탄틴'영화에 대한 포스팅을 하다가 '프랜시스 로런스' 감독의 필모 그래피에서 '나는 전설이다'를 발견하게 되었다. 감탄하며 여러 번 봤던 '윌 스미스'영화 중 하나다. 이 영화의 극장판과 감독판의 결말이 다르다. 감독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를 제작해 준 감독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감독판을 봤던 기억이 난다. 결말부터 이야기해 보자면, 극장판은 주인공이 죽고, 감독판은 주인공이 죽지 않는다. 그러니 감독판 결말에 마음이 놓였을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인류가 멸망한 채로 시시작된다. 과학자인 '로버트 네빌'만 살아남아있다. 유일한 가족 강아지 '샘'과 함께 말이다. 그는 생존하면서 또 다른 생존자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변종 인류'뿐이었다. 이 '변종 인류'는 햇빛이 살아지면 활동하기 때문에 해가지면 집안으로 들어와서 방어막을 치듯 철문을 걸어 잠근다. 침대에서 편안한 잠도 못 이루고 욕조에서 총을 쥔 채로 잠든다. 그 와중에도 '변종 인류'를 치료하기 위해 면역력을 가진 자신의 혈액을 기반으로 실험 쥐를 이용해서 백신을 연구하고 기록한다. 실험 결과가 가능성이 있어 보이자 실험 쥐가 아닌 '변종 인류'를 대상으로 시험해보려고 한다. 이를 위해 덫을 놓고 '변종 인류종'을 잡는 데 성공한다. 그 이후, 똑같은 방식으로 덫에 걸려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 부분에서 인류가 변종이 되면서 지능이 떨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단순히 햇빛아래에서 활동할 수 없는 것뿐이다. 보통 좀비영화라는 큰 차이점이다. 주인공 '네빌'은 인류를 위해 백신 개발에 온 힘을 쏟는다.
그는 전설이다 (He Is Legend).
정말 '그는 전설이다'. 그는 멸망한 세상 속에서 홀로 외롭게 살아간다. 단순히 하루를 살아내는 게 아니라 인류를 구하기 위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몰두하며 하루를 살아낸다. 유일한 생존자로서 살아가는 그를 보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리스의 말이 사실임을 보여준다. 사람형체의 마네킹을 길거리 또는 가게 안에 세워주고 인사를 하고 대화를 하는 그의 모습이 애처롭고 안쓰럽다. 대답 없는 마네킹을 대상으로라도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반려견인 '샘'과도 대화를 하지만 당연하게도 돌아오는 '말'은 없다. 결국 위기 속에서 '샘'마저도 잃게 된다. 마지막 끈 같았던 유일한 가족을 잃은 그의 심정은 감히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에게도 가장 슬픈 장면으로 남는다. 멸망한 세상의 고독함 속에서 미쳐버릴 것 같은 절망감을 온몸으로 삼키고 있는 '그'였다. 다 포기하고 위험한 행동으로 죽으려는 순간에 '안나'가 나타나 구하게 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또 다른 생존자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방송을 한 노력의 결과다. 결국, 그는 인류를 구할 백신을 찾고 '안나'를 통해 다른 생존자들에게 남기게 되고 인류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결말을 맺는다. 감독판은 주인공이 죽지 않고 '변종 인류'와 이해관계를 형성하면서 공존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반복해서 볼수록 가장 다르게 느껴지는 장면은 '백신을 연구하는 모습'이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신약개발을 하는 연구원으로 공감대가 형성된다. '신약개발'은 그 자체로도 외로운 싸움의 연속이다. 그런데 최악의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그의 모습은 존경스러울 수밖에 없다.
'혼자'가 좋은 나도 사회적 동물이었다.
나는 평소에 '혼자'있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만의 공간;' '혼자만의 시간'을 찾는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불가피하게 맺어야 하는 이해관계와 친밀한 소수의 사람들 외에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 때문에, 나 자신을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면 긴장을 완화하고 충전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좋았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몇몇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내향적인 사람들에서도 더 내향적인 편으로 느껴진다. 그런 성향의 나라서, 영화의 초반부의 환경설정에 대한 임팩트가 강하지 않았다. 혼자 지내는 것이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의 외로움이 와닿지 않았다. 마네킹을 세워놓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웠지만, 그건 공감보다는 '샘'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샘'은 나랑은 다른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공감이 되기 시작했다. 사람은 정말 사회적 동물이구나. '사회 속에서 이해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관계가 아예 사라지면 안 되는 거구나'라고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찾아 헤매는 '혼자만의 시간'은 찾아 헤매어만 가질 수 있는 것이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다. '혼자'만의 삶을 쫒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간과한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